고사양-고가 제품, 가격 하한선·상한선 모두 높여…
보급형 가격까지 영향미쳐 구매력 약해진 PC방 고민

지난 2017년 1월 인텔 코어 8세대 커피레이크 프로세서가 출시됐을 때만 해도 엔트리 라인업 i3, 보급형 i5, 고성능 i7 모델이 동시에 시장에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CPU, 그래픽카드 할 것 없이 모든 프로세서 제품군이 고가·고성능 제품을 먼저 출시하고 보급형 모델의 출시를 뒤로 미루고 있다. 소수의 고성능 제품보다 보급형 모델을 더 필요로 하는 PC방으로서는 속이 타는 일이다.

지난 9월부터 인텔과 AMD, 지포스와 라데온 등 PC를 구성하는 프로세서 4종의 신제품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AMD 라이젠 7000 시리즈 CPU를 필두로 인텔 코어 13세대 랩터레이크 프로세서가 뒤이어 출시됐고,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40 시리즈와 더불어 12월 초 라데온 RX7000 시리즈 그래픽카드도 시판 제품 리스트의 새로고침을 시작했다.

이 4개 영역의 신제품 출시에는 공통점이 있다. 엔트리 < 보급형 < 고성능 등으로 구분되는 라인업 중 고성능 모델이 먼저 출시된다는 점이다. 인텔 13세대 랩터레이크 프로세서는 i9-13900K를 비롯해 상위 6개 모델이 먼저 출시됐고, AMD 라이젠 7000 라파엘 프로세서 역시 R9 7900X, R9 7950X 등 상위 모델을 먼저 선보였다.

그나마 CPU는 보급형 라인업인 인텔 i5, 라이젠5 모델이 함께 나오긴 했다. 인텔은 i5-13600K, AMD는 R5 7600X 등이다. 이중 AMD 라인업은 X600 시리즈가 PC방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가격이 아직 높긴 하지만 보급형 라인업이 함께 출시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그래픽카드다.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가장 수요가 높은 것은 보급형 모델이다. 3년 전 PC방 그래픽카드의 대세는 GTX1060이었고, 현재는 RTX2060과 RTX3060이다.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는 PC방 점유율이 워낙 낮긴 하지만 RX6600이나 RX6600XT 정도가 PC방에 적합하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RTX40 시리즈의 고성능 모델 RTX4090을 먼저 출시했다. 권장소비자가격(이하 MSRP)은 1,599달러로 한화 약 210만 원, 국내 판매가격은 263만 원부터 시작됐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상으로 높았던 때이긴 하지만 MSRP보다 20% 이상 비싼 가격에 책정된 국내 판매가격은 많은 원성을 샀다. 현재 가장 저렴한 RTX4090은 240만 원대다.

이후 출시된 RTX4080 역시 MSRP는 1,199달러(약 157만 원), 국내 판매가격은 192만 원부터로, 현재 가장 저렴한 모델의 가격은 170만 원이다.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도 마찬가지다. 상위 모델 RX7900 시리즈 2종이 먼저 출시됐고, 가격은 RX7900XTX 999달러(약 131만 원), RX7900XT 899달러(약 118만 원)다. 각 제품의 국내 최저 판매가격은 RX7900XTX 156만 원, RX7900XT 130만 원이다.

양 제조사의 신제품 그래픽카드 가격을 보면 마치 가상화폐 채굴 이슈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시간이 흘러 고성능 신제품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소비자들은 전작 대비 가격 상승폭이 너무 크다는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전작 RTX3080의 MSRP는 699달러였지만, RTX4080은 이보다 500달러 높아지면서 ‘전작 RTX30 시리즈의 재고 처분을 위해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개인이 아니라 PC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고성능 라인업의 성능 향상이나 소비전력 개선보다 보급형 제품의 성능과 가격이 훨씬 중요하다. 특히 아직 GTX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는 PC방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하지만 GPU 공급사와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적절한 성능과 가격 책정보다는 수익성에 집중하면서 보급형과 엔트리 모델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게다가 현재 수준의 가격이라면 지포스 RTX40 시리즈, 라데온 RX7000 시리즈의 보급형 가격 역시 전작보다 100달러 이상 비싸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PC방 주력 그래픽카드는 모델명이 아니라 가격으로 판단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RTX4060이나 RX7600XT의 국내 가격은 60만 원이 넘는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듯하다.

프로세서 제조사들이 수익과 더불어 가성비를 쫒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AMD 라이젠 시리즈 출시 이후 처음이다. 지금이 이더리움 채굴 전성기인 것처럼 매겨진 판매 가격이 언제쯤 원상복귀될지, 제자리를 되찾을 수는 있을지 의문이다.

(출처 : 아이러브PC방(http://www.ilovepcbang.com 정환용 기자)

Share.

About Author

오른손 컴퓨터, 왼손에는 콜라를 좋아하는 대한민국 청년입니다.
새로운 PC 하드웨어 체험기회는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