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0G로 간다” 상권 나눠먹기 대신 죽은 상권을 살려낸 이스포츠 아레나PC방
<본 포스트는 아이러브PC방에 실린 기사입니다.>
원문 기사 : http://www.ilovepcbang.com/?mod=news&act=articleView&idxno=63913
창업은 업종을 떠나 ‘좋은 상권에 좋은 자리’가 정석으로, 안정적인 창업을 위해 좋은 상권 혹은 좋은 자리를 찾아내는 것도 하나의 능력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하지만 역으로 죽은 상권에 뛰어들어 상권 자체를 살려내면서 독보적인 영업권을 형성하는 경우도 간혹 찾울 수 있다. 서울시 개봉동에 위치한 이스포츠 아레나PC방도 이중 하나다.
개봉동은 개봉동-광명리 개발로 인해 1970년대 초반에 생긴 상권으로 광명사거리역 주변에 있는 광명시장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소하동 택지개발 및 광명역세권개발사업으로 인해 개봉동 상권은 개봉역세권을 제외하고는 점차 위축됐다. 개봉로를 따라 형성된 시장가도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
그런데 이스포츠 아레나 PC방 문길주 사장은 이 상권을 직접 둘러보고 고심 끝에 창업했다. 문길주 사장을 만나 창업에 대한 고민과 컨셉, 그리고 운영 현황 등을 들어봤다.
굳이 힘든 길을 돌아온 이스포츠 아레나PC방?
문길주 사장을 만나기 전까지 가장 궁금한 것은 ‘로데오거리나 주요 상권이 아닌 굳이 왜 하향세인 상권을 선택했을까’였다.
찜통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7월말에 만난 문길주 사장은 역발상의 결과였다는 답을 내놓았다. 물론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사실 문 사장은 PC방 쪽 일만 10여 년 해온 터라 PC방에는 나름 일가견이 있었다. 좋은 상권에 들어가는 것이 정석인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최근 흥행작들로 인해 신규 매장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과도한 경쟁에 내몰릴 수 있겠다는 계산에 역으로 상권을 만들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죽은 상권’이란 말 그대로 지금은 상권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인데, 이는 역으로 과거에는 상권이 좋았다는 말로 조건만 잘 맞는다면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래서 문 사장은 자신의 10년 노하우를 담아 ‘기다리는 PC방’이 아닌 ‘찾아오는 PC방’을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내 경험을 믿었지만 그래도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불안감도 컸다”며 실패하면 자의로든 타의로든 PC방 업계를 떠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오래 준비를 했다.
고객이 찾아오는 PC방이 목표 1. 고사양 PC와 다양화
문 사장은 이스포츠 아레나 PC방을 프리미엄 PC방으로 포지셔닝했다. 고객이 만족해야 재방문으로 이어지고, 주변 지인들의 방문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로 고사양 PC와 다양한 PC 구성을 꼽았다. 시설임대업인 PC방과 소확행을 희망하는 소비자 트렌드의 교집합은 분명 고사양 PC가 기본이 되어야 하고, 다양한 취향을 고루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PC 구성에도 만전을 기했다.
매장 내 154대의 PC 모두 6코어 CPU와 16GB 메모리로 무장시켰다. 프리미엄 좌석 푯말이 달린 곳에는 GTX1080과 커스텀 수냉 PC로 한껏 멋을 내기도 했다. 고객의 게임 취향에 맞춰 모니터를 3종으로 나눴다. 큰 모니터를 선호하는 고객을 위한 39형, <배그>와 <오버워치> 등 FPS를 즐기는 고객을 위한 144Hz 모니터, MMORPG와 AOS 고객을 위한 커브드 모니터를 구비했다.
고객이 찾아오는 PC방이 목표 2. 게이밍 최적화
이스포츠 아레나 PC방은 단순히 고사양 PC로 무장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사실 단시간 내에 게임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이 퍼지는 데는 ‘게이밍 최적화’가 주효했다. 문 사장이 목표한 게임 최적화는 크게 두 가지 였는데, 하나는 10Gb 네트워크다. <배틀그라운드> 자체가 워낙 고사양 게임인데다가 잦은 데이터 로딩이 이뤄지다보니 고성능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과감하게 도입한 것이다.
현재 매장은 노하드솔루션과 VOG가 혼재돼 있는데, 10G 네트워크 덕분인지 노하드솔루션의 부팅속도와 게임로딩 속도가 일반 SSD 장착 PC와 거의 동일하다. “지금까지 매장을 방문했던 고객들이 이 두 시스템을 단일 시스템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말에서 10G 네트워크의 성능과 가능성이 방증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최적화 세팅이다. 입소문을 따라 타지에서 온 <배틀그라운드> 게이머들이 프레임을 높이기 위해 세팅을 조정하는 일이 없도록 최적화 값을 찾아 아예 초기값으로 설정해뒀다고 한다. 게임 자체의 설정값은 물론 네트워크 관련 설정값도 최적화 값을 찾느라 오랜 시간 각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고 고수 게이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개인 취향에 따라 설정값을 변경하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은 매우 만족스럽게 이스포츠 아레나 PC방의 기본값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고객이 찾아오는 PC방이 목표 3. 인테리어의 차별화
문 사장은 인테리어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커스텀 수냉 PC로 프리미엄 좌석을 꾸리는가 하면, 흡연실은 3면을 전면 유리로 둘러 고객이 자신의 좌석을 보면서 흡연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매장 내 조명은 조도가 높은 조명으로 구성해 매우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고, 매장 한켠에는 벽면에 모니터를 달아 각종 안내와 영상물들을 구동해 고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통 신경을 쓰지 않는 바닥재까지도 마블링석을 깔아 고급스러움을 연출했다. 인테리어 비용은 물론 관리도 기존 바닥재보다 손이 많이 가지만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선택이다.
결과는 좋았다고 한다.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재방문율이 높고, 무엇보다 여성 고객의 비중이 주말에는 최대 50%까지 높아져 오전부터 만석이라고 한다.
실제 실내에 만들어진 화장실 역시 좌석에서는 최대한 안이 보이지 않도록 해 여성 고객에 대한 배려가 엿보였다.
“상권 살려냈다는 사실이 뿌듯해”
소상공인에게 장사가 잘 되는 것은 당연히 기쁜 일이다. 더욱이 문 사장은 죽은 상권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 창업한 만큼 우려도 컸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집객에 성공한 터라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하지만 영업적 성과뿐만 아니라 “상권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현실로 일궈냈다”며 뿌듯해 했다.
이는 ‘좋은 목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PC방’이 아니라 정말 고객의 소비 트렌드를 읽고 노력하면 ‘고객이 찾아오는 PC방’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픈 초기에는 빨리 알려보고자 500원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상권에는 2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PC방 한 곳이 있었을 뿐 과열경쟁을 우려할 부분도 없었다. 하지만 500원 이벤트(의 고객) 자체가 매출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기에 서둘러 이벤트를 종료했다. 대신 ‘게임에 최적화된 PC방’이라는 원래의 취지를 전파하는데 더 집중했다.
두 달여 만에 이러한 ‘게임에 최적화된 PC방’이라는 소문은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갔고, 그 결과 지금은 주말 만석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평일은 상권 특성상 아직은 늦은 오후부터 이른 저녁시간대는 고객이 적고, 직장 퇴근 시간과 연결돼 오후 8시부터 타 지역 게이머들이 몰려 만석이 된다고 한다.
이제는 인근 업주들이 “덕분에 요즘 다른 지역에서 놀러온 손님들이 늘었다”며 줄어드는 유동인구에 어찌해야할지 고민이었는데 함께 신규 유동인구와 소비자를 만들어내는데 힘을 모아보자는 인사말을 건네 온다고 한다. 이때가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은 것인지라 가장 기쁘다고 한다.
문 사장은 500원 상권을 1,000원으로 끌어올렸다. 물론 아직 사양 투자 대비로는 더 높은 요금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상권 살리기에 더욱 매진하고 프리미엄 정책을 꾸준히 유지해 더 높은 기본요금이 당연하게 인식되는 PC방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