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9월호(통권 39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이러브PC방은 2023년도 연중 캠페인으로 ‘요금 현실화’를 진행하고 있다. PC방 전문 미디어로서 ‘출혈경쟁’이라는 업계 병폐를 근절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된 업계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요금 현실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물가지수로 살펴본 PC방 요금의 역행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한 소비자물가 총지수는 2012년 91.8, 2022년 107.7을 기록했다. 2012년부터 10년 동안 오른 물가가 약 17.3%란 뜻이다. 10년을 더 넘어 2002년(67.5)부터 계산하면, 20년 동안 동일 물건의 가격이 60% 가까이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이 물가지수는 지출목적별로 조금씩 다른데, 짜장면 가격은 2002년 53.8로 2,940원이었다가 2022년 114.2(6,243원)로 2배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삼겹살은 2.5배, 김밥은 2.4배 올랐다. 대부분의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 20년 동안 적든 많든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PC방 이용료는 오히려 2000년보다 떨어졌다. 2000년의 PC방 이용료 지수는 109.1이었는데, 2008년에는 오히려 91.4로 떨어졌다가 등락을 반복, 2022년에는 103.7을 기록하고 있다. 20년이 지나는 동안 오히려 이용료가 저렴해진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2020년 지수 100을 기준으로 2000년에 지수가 더 높은 것은 500개에 가까운 항목 중 29개에 불과한데, 단일제품 종목을 제외하고 시설 및 서비스 이용료로 제한하면 PC방 이용료와 택배이용료, 자동차검사비, 인터넷이용료, 휴대전화요금, 유선전화요금 등 6개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수요가 많아지면서 자연히 가격이 하락한 경우를 제외하면 2000년보다 요금이 저렴해진 것은 PC방 이용료와 유선전화요금 두 가지뿐이다.

물가지수만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2020년에 PC방 이용요금이 시간당 1,500원이었다면 2000년에는 1,636원이었고 2022년에는 1,556원이었다. 지난 22년 동안 PC방 업종은 큰 발전을 이뤘지만, 1시간을 이용하고 내야 하는 돈은 2000년보다 80원 저렴해진 것이다. 하다못해 오락실에서 ‘철권’ 시리즈를 즐기는 비용도 100원짜리 두 개에서 세 개로 1.5배가 됐는데, PC방 요금은 20년 넘게 제자리걸음, 아니 후퇴했다.

절반의 원망, 절반의 책임

모든 공급은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 원하는 사람이 많을 때 그 이상을 공급할 수 있다면 가격은 저렴해지지만,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은 비싸진다. 거꾸로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하락한다. 공식만으로 따지면 그 속도가 같을 것처럼 보이지만, 공급이 많을 때 가격이 하락하는 속도보다는 수요가 많을 때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다. 공급가격을 공급자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PC방의 경우는 약간 특이하다. 공급이 한창 많을 때는 2만3,000여 개소까지 늘었다가, 여러 사유로 시장이 줄어들면서 현재는 1/3 규모가 됐다. 한두 가지로는 가늠할 수 없는 사유로 인해 수요와 공급이 동반 감소하고 있는 것인데, 여기에는 흥행 게임의 등장이 점점 줄어드는 것과 더불어 출생률 하락으로 인한 학생 인구의 감소도 한몫 거들고 있다.

하지만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수요와 공급이 함께 감소하는 것은 의외로 정상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공급자, 즉 PC방 업주의 경쟁으로 인한 감소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옆 가게와 경쟁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상적인 경쟁이 아니라, 요금을 낮춰가며 치킨게임을 하면서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무너지는 공멸의 길을 택하는 사람들이 아직 산재해 있는 것이다.

냉정한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앞으로도 수요는 꾸준히 감소할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통계청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EBS의 다큐멘터리 ‘인구대기획 초저출생’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조앤 윌리엄스 명예교수는 한국의 출산율을 보고 “이 정도로 낮은 수치는 본 적이 없다”며 상당히 절망적인 말을 했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때문에 PC방을 비롯해 고객을 상대하는 최종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영업전략, 아니 생존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이것은 어느 한두 명이 고민해서 답이 나올 문제가 아니다. PC방과 연관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업계에서 혐오하는 ‘500원치기’는 당연히 배제하고 말이다.

(출처 : 아이러브PC방(http://www.ilovepcbang.com 정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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