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 겨냥해 시장개척 노리는 서빙로봇
소형 매장이 서빙로봇 필요로하지만 주행 공간 부족
인건비 절감만으로는 서빙로봇의 PC방 안착은 요원
최근 로봇업체들이 서빙로봇을 앞세워 PC방을 포함해 분야별로 활발하게 판로를 개척하고 있지만, 뚜렷한 시장 반응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특히 PC방 업계는 서빙로봇이 등장한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미적지근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서빙로봇의 핵심 영업 전략에는 자영업·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이 있다. 매년 인상 일변도를 거듭하는 최저임금으로 인해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하기 꺼리는 분위기를 틈타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아울러 로봇업체들은 많은 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 인력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열심히 일하는 로봇 직원을 표방하며 자사의 로봇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일선 점포들에서 서빙로봇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적어도 PC방 업종에서는 서빙로봇을 도입한 매장이 소수에 불과하다. 인건비 절감의 특효약처럼 거론되는 서빙로봇의 위상을 감안하면 의아한 일이다.
PC방은 소형 매장일수록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고, 서빙로봇에 대한 수요 역시 더 크다. 하지만 매장 규모가 작을수록 PC를 최대한 많이 배치해 매출을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고 이 때문에 좌석과 좌석 사이의 공간은 여유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오히려 소형 PC방이 서빙로봇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운용할 공간적 여건이 없는 셈이다.
반대로 PC 대수 100대가 넘어가는 대형 PC방은 좌석과 좌석 사이의 공간이 널찍해 로봇이 주행하기 적합한 환경이지만 이런 매장은 서빙로봇 대신 아르바이트생을 추가로 고용할 여력이 있는 매장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가까스로 PC방에 데뷔했지만 금세 은퇴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서빙로봇을 매장에서 치워버렸다는 PC방 업주 A씨(44세)는 “우리 매장은 PC 75대 규모의 중소형 매장이다. 아무래도 좌석과 좌석 사이의 앞뒤 공간이 비좁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인지 로봇은 영 걸리적거리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서빙로봇이 활동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PC를 최소 10대 정도 줄여야 하는데, 이러면 매출 감소가 뻔하다. 또 매장도 새로 단장해야 하는데 이것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다보니 결국 로봇을 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PC방에 진출하려는 서빙로봇은 단순히 인력을 대체하는 정도가 아니라 PC 대수를 줄여서 발생한 매출 감소분을 메우고도 남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진단이다.
서빙로봇을 개발하는 B업체 관계자는 “PC방 업주들의 이런 실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로봇의 크기를 줄이게 되면 손님과 충돌하는 경우가 생기고, 뜨거운 음식을 쏟을 수도 있다. 이러면 세탁비나 병원비 그리고 영업배상책임보험 등의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라며 “그렇다고 로봇의 크기를 키우면 서빙로봇이 활약할 매장의 숫자가 줄어든다. 특히 PC방은 PC 대수를 줄일 수밖에 없어서 로봇 업체에서도 난감한 문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