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月刊 아이러브 PC방 7월호(통권 38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을 겪는 동안 가상화폐 채굴은 업주들에게 생명연장의 동아줄과 같았다. PC방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방역정책을 따라야 했던 수많은 업종의 종사자들은 채굴이라도 가능한 PC방 업계를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봤고, 전기요금 외에는 특별한 지출이 없어 PC방과는 별개로 채굴장을 운영하는 업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채굴 시대가 저물고 있다. 채굴은 더 이상 PC방에 효자가 아니다.


모든 조건이 채굴과 맞지 않는 상황

이더리움 채굴이 PC방에 효자 역할을 했던 시점은 작년 11월까지였다. 당시 이더리움의 가격은 한화로 590만 원대까지 오르며 최고점을 찍었다. PC방 업계의 분위기도 고무적이었다. 대부분의 PC방이 채굴을 통해 매출을 보전하던 상황에서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를 시행하면서 24시간 영업이 재개됐다. 채굴 시장과 PC방 업계 분위기가 모두 절정에 달했던 시기다.

그러나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반전됐다. 정부는 12월부터 다시 영업제한 조치에 들어갔고, 이더리움 가격은 고점 이후 현재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작년 11월 고점 대비 4분의 1까지 하락한 150만 원대 전후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여기에 채굴 난이도까지 급격히 상승한 상태다. 7월부터는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데다가, 여름철 할증까지 더해져 부담이 더욱 늘어난다.

더구나 이더리움은 시한부다. 지분증명 방식으로 전환되면 채굴을 통해 이더리움을 얻는 것이 불가능해지는데,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점을 9월로 내다보고 있다. 9월 이후에는 채굴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더리움을 대체할 만한 코인도 마땅찮다. 많은 PC방 업주들이 이더리움을 대체할 가상화폐 종목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이더리움과 비견될 코인은 아직 없는 상태로, 그나마 채굴로 인한 전기 소모와 발열이 적은 스페이스마인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채산성은 크게 떨어졌고, 채굴 종료 시점도 코앞에 놓였다. 이제는 채굴이 아닌 PC방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PC 이용요금과 먹거리 매출을 통해 수익을 얻는 전통적인 PC방 경영방식으로의 회귀다. 이에 기본적으로 PC방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마침 2년 만에 맞이하는 여름방학 특수가 다가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아이템 무수히 등장

당장은 여름 성수기를 준비해야 하지만 장기적인 플랜도 놓칠 수 없다. 폐업할 생각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리모델링을 단행해야 하고, ‘통갈이’라고 표현되는 전체 PC 업그레이드 시점도 도래한다. 우선은 올여름 대목을 대비한 매장 재정비를 서두르고, 장기적으로는 2~3년 후를 내다보는 아이템을 발굴해야 할 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2년 동안에도 끊임없이 신규 PC방이 등장했고, 이 같은 신규 PC방 대부분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다양한 아이템을 장착하고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미 벤치마킹 대상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PC방 업주들은 이런 아이템들을 차용해 각자의 매장 특성에 맞게 테스트하고 응용하면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와중에 신규 창업한 PC방들의 공통점은 탈PC방이다. 누구나 PC방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지금까지의 PC방에 대한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이자 공통점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강남에 신규 창업한 PC방은 출입구에서 클라이언트 좌석이 보이지 않는다. 흡사 카페로 잘못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밖에서 볼 때도 기성 PC방에서 완전히 탈피한 모습이다.

목동에 새로 들어선 PC방도 마찬가지다. 건물의 한 층 전체를 사용하는 해당 PC방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고급스러운 카페 같은 느낌의 내츄럴 인테리어를 먼저 접하게 된다. 담쟁이넝쿨과 같은 줄기식물이 천장 구조물을 따라 엉켜있으며, 첫인상은 PC방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많이 다르다. 이는 PC방이라는 공간적 이데올로기를 과감하고도 도전적인 인테리어를 통해 극복한 것으로, 이처럼 PC방의 이미지에서 탈피한 신규 PC방들은 실제로 음료나 식사만 즐기려는 고객 비중이 커졌다. 과감한 시도로 고객 저변을 확대한 것이다.

마케팅도 로컬이 아닌 전국 단위로 넓어졌다. 이제는 유튜브 등 마케팅 채널이 다양해졌고, 운 좋게 유행을 타면 전국에서 고객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유니크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개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여전히 채굴에 집중하며 과거에 얽매여 있다 보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순간에 도태될 수 있다. 이런 과오를 범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채굴을 버리고, 신규 PC방들과 같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할 깊은 고민에 빠져야 할 때다.

출처 : 아이러브PC방(http://www.ilovepcbang.com, 기자명 이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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